[삶의 짬] 쪽빛 바다 위에 분홍빛 수놓은 여수 ‘영취산’을 가다
[삶의 짬] 쪽빛 바다 위에 분홍빛 수놓은 여수 ‘영취산’을 가다
  • 윤용태 기자
  • 승인 2019.04.1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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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삶의 짬’은 봄을 맞이해 남도의 쪽빛 바다 위에 홀로 분홍빛 비추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수 ‘영취산’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 오는데 안 힘들었어
4월8일 부여를 출발 서논산 IC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해 우리나라의 남단을 향해 갔다. 약간 뿌연 날씨가 걱정됐지만, 가면서 점점 맑아진다.
가는 중에 기간이 지나서 진달래꽃이 많이 졌는지, 어제 비가 와서 그나마 더 떨어졌는지, 헛걸음하는지 등 별별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어느덧 고속도로 출구인 동광양 IC로 빠져나와 광양시를 통과해 이순신대교를 타고 가다 보니 바다가 보이고 바닷가 주변은 온통 산업시설물로 가득 차 있다.
건너서 도착한 곳은 여수시 묘도로 여수시 관문 중 하나다. 이 섬을 경유해 묘도대교를 타고 건너 여천공업단지를 지나 영취산 입산로 중 가장 가까운 주무대 ‘돌고개행사장’에 도착했다.

□ 어서 와, 좀 일찍 오지 그랬어. 일단 꽃길 깔아 놓았으니 올라가 봐. 시비도 읽어 보고
오면서 산을 보니 다소 안심은 들었다. 산 정상부에는 분홍빛이 군락을 이뤄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에서는 매년 ‘영취산진달래축제’가 이뤄지는데 올해 27회를 맞이했다. 축제는 3월29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됐고 이 시기 꽃의 개화는 전반적으로 30~40%정도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8일 이곳을 찾았으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던 것.
들머리는 주차장 왼쪽에 있어 이곳을 통해 산행을 시작했다.
콘크리트의 등산로는 어제 여수 지역에 내린 비로 벚꽃잎이 듬성듬성 깔려있다. 꽃길을 걷는 기분이 좀 어색하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산신제를 지내는 곳인 듯한데 길옆에 시비 하나가 있다. 김종안 시인의 ‘진달래꽃’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그대여/ 저 능선과 산자락 굽이마다/ 설레임으로 피어난/ 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 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 절정으로 다가오는/ 순정한 눈물을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무구한 사랑의 흔적으로 지는/ 가없는 설움을 보아라./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또 전설처럼 봄이 오면/ 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 무량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날 것을.”이라고 쓰여 있다.

□ 꽃이 많이 졌지, 그래도 볼만 할 거야. 올라가면서 바다 쪽도 보고

산 중턱에서 가마봉을 바라보면 봉우리 주위의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며 분홍빛을 발하고 있다
산 아래 산업단지가 있고 그 뒤 보이는 다리가 묘도대교다. 또 섬은 묘도고 묘도 뒤에 이순신대교가 있으며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은 백운산이다

시 비를 뒤로하고 좀 오르니 앞의 봉우리에는 아직 분홍빛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분홍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보였지만, 이 자리 주변이나 아래 ‘돌고개 군락지’와 여수시 상암동 방향 ‘골망재군락지’는 분홍빛을 밀어내고 이미 파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기 시작한다. 넓은 군락지가 만개했다는 것을 상상하고 그 안에 있다면 분홍구름을 타고 나는 기분이 어떨까 그려본다.
뒤돌아 바다를 보니 가까이에는 산업단지가 펼쳐져 있고 지나온 묘도와 묘도대교가 바다와 어울려 또 다른 멋을 부리고 있다. 저 멀리 이순신대교는 나도 봐 달라며 묘도 산등성이로 주탑을 삐쭉 내민다. 더 멀리에는 광양을 대표하는 백운산이 흐릿하게 보여줄 듯, 말 듯 자신의 가치를 흥정한다. 땅바닥을 보니 사람이 얼마나 왔다 갔는지 억새가 소여물을 보듯 토막토막 잘려져 깔려있다.
이쯤 오니 몸은 봄의 완연함을 앞질러 여름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

□ 정상에 올라오니 어때~ 괜찮지.

가마봉에서 정상부를 본 사진인데 중간의 계단 부분이 개구리바위이고 저 멀리 높은 곳이 영취산 정상인 진례봉이다
영취산 정상에 '영취산 진례봉 해발 510m'라고 쓰여 있는 표지석이다

뉘엿뉘엿 해 넘어가듯 올라온 게 어느덧 ‘가마봉(457m)’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정상을 보니 산등성이의 등산로로 이어지는 바위와 계단, 그리고 분홍빛의 진달래가 제법 어울려 보인다. 이 구간 중간쯤에 ‘개구리바위’가 있는데 이 이름을 따 진달래 군락지를 ‘개구리바위군락지’라고 한다.
이곳까지 올라오기가 가팔라서 힘들었는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큰 높낮이가 아니어서 막바지 분홍빛의 힘을 내는 진달래를 보고 걷자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여기서 출발해 내려가면 헬기 마크인 ‘H’가 있고 좀 더 가서 계단을 타고 오르면 이곳이 개구리바위다. 이 주위에 봄 시샘에 준비운동을 한껏 한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이곳을 지나는 동안 어느 곳인가에 사람 키를 훌쩍 넘긴 진달래가 꽃을 바닥에 흩뿌려 놓아 지각한 상춘객에게 마지막 분홍빛 꽃길을 선사한다. 이 짧은 꽃길을 걷는 기분이 삶의 봄날처럼 느껴지는 것은 뭘까. 분홍빛에 약간 취한 듯, 여름의 몸을 가진 듯 홍안으로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영취산 진례봉(510m)’이라고 쓴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두암제 방향으로 ‘정상군락지’가 있다. 이곳의 진달래도 아직은 봐 줄 만하다.

□ 이제 꽃 구경은 없어, 그래도 왔으니 더 둘러 봐 

아래 하얀 공터가 봉우재이고 그 뒤 산봉우리가 시루봉이다. 이 봉우리를 오르는 흰 줄기가 등산로이고 이 주변이 봉우재군락지다

이곳에서 남쪽을 보니 급경사 내리막길 아래에 공터가 있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계단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조금 내려가니 ‘도솔암’이라는 사찰 이정표가 보인다. 들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지나쳤다. 계속된 계단이 이어지다 비포장길이 바통 터치한다. 걸으며 도착한 공터가 ‘봉우재’다. 잠시 쉬었다 출발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많은 바위 사이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 양쪽이 ‘봉우재군락지’다. 오르면서 보니 진달래 몇 그루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나 홀로 꽃축제 빠져 있다. 이 가파르고 험한 길을 오르면 암반으로 똘똘 뭉친 정상이 ‘시루봉(416m)’이다. 여기서 왔던 길을 보니 진달래는 거의 보이질 않고 흰 벚꽃만이 푸름 사이로 줄 긋고 있다. 다시 봉우재로 내려가서는 임도를 택해 차량 도착지로 향했다. 

□ 아무리 섭섭해도 나를 소개하고 가야지, 그럼 다음에 또 와
만개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해 전반적인 꽃 구경을 못 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는 30~40년생으로 축구장 140개 넓이를 자랑하고 있어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로 손꼽히고 있다. 매년 3월 말이면 축제를 열어 영취산 진달래의 의미와 가치를 고취시키고 있다.
내년엔 시기 조절을 잘 해 분홍빛으로 타고 있는 영취산의 풍광을 스케치하며 부여로 향했다.

윤용태 기자 yyt690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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