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산책길] 개나리 활짝 핀 담벼락에서
[시와 함께 하는 산책길] 개나리 활짝 핀 담벼락에서
  • 충청이슈
  • 승인 2019.05.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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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금간 저 담장 틈으로 찬바람 불어 오는 날이 어찌 그리 길었는지

어느 날 구멍 뚫린 담 사이로 겨울바람 봄바람 쥐새끼마냥 드나들더니

옛 마당 빨래줄 위에 뻐꾸기 한 마리 온종일 노래한 다음 날부턴가

개나리 그야말로 환하게 담장을 수놓았다

 

그래 이런 내가 참 우스울지도 몰라

이제부터 담장의 실금처럼 갈라진 사랑이야기라든가

오래전 구멍 뚫린 낡은 기억의 찌끼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이 봄에 열린 노란 축제의 밤에 대하여

꽃그늘 아래로 찾아올 정다운 친구에 대하여

담장벽에 다시 새길 수줍은 첫사랑에 대하여만 생각하기로 했다

 

기쁜 우리 사랑은 너무 짧기에저 담장에

늘어진 개나리꽃처럼

이내 다시 지고 말 테니까

 

그래 나는

개나리 활짝 피어난 긴 담장에서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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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영호(프로필)

시인·수필가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2009년 크리스찬문학 수필 등단

영동극동방송 "시가있는 아침" 3년 방송

저서 "시가있는 아침" 비전사 2013 출판

현) 부여 장벌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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