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짬] 전국 최대 철쭉 군락지 ‘황매산’…철쭉과 물아일체
[삶의 짬] 전국 최대 철쭉 군락지 ‘황매산’…철쭉과 물아일체
  • 윤용태 기자
  • 승인 2019.05.11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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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 철쭉, 가을엔 억새 … CNN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선’, 산림청 ‘한국 야생화 군락지 100대 명소’ 선정
황매평전 …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서부 영화 장면 연출 ‘이국적’

이번 삶의 짬에서는 3일간의 연휴 마지막 날인 5월6일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높이 1,108m의 산으로 영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리고 봄엔 철쭉, 가을엔 억새로 유명한 황매산을 갔다 왔다.   편집자 말

■ 황매산의 유래와 전설
황매산은 호수에 떠 있는 매화 같다고 해서 ‘수중매’라 불린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포괄적 풍요로움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 올라와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구전이 있다.
전설도 전해진다.
황매산 정상 밑에 ‘무학굴’이라는 굴이 있는데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가 합천군에서 태어나 수도를 한 동굴로 전해진다. 수도승 시절 무학대사의 어머니가 산을 왕래하며 수발하다 뱀에 놀라 넘어지면서 칡넝쿨에 걸리고 땅가시에 긁혀 상처 난 발을 보고 100일 기도를 드려 뱀, 칡, 가시를 없애버렸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산에 3가지가 없어 ‘삼무산’이라고도 불린다.
또 모산재 정상부근에 있는 ‘득도바위’에는 고운 최치원이 수도를 했다는 말이 있다. 시대를 달리한 유교와 불교의 두 거두가 찾아 수도한 것을 보니 이 산의 영험함이 느껴진다.

■ 황매산의 타이들과 매력
1983년11월18일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선’에 선정됐다. 이후 2015년에는 산림청이 발표한 ‘한국 야생화 군락지 100대 명소’로 선정된 바 있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황매산은 사계(四季)에 따라 독특한 자태를 보인다. 특히 봄과 가을이 유명한데 봄엔 철쭉으로 가을엔 억새로 장관을 이뤄 감탄사가 풍년을 이룬다. 계절에 따라 번갈아 옷을 바꿔 입으며 계절 잔치를 벌이는 것.

■ 황매산의 철쭉

황매산의 철쭉

오월 꽃의 여왕 ‘철쭉’. 이 철쭉으로 황매산을 담아본다.
이곳의 철쭉은 소백산과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3대 철쭉 명산으로도 손꼽고 100ha, 즉 축구장 면적 140개 정도로 우리나라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자랑한다.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지만 주변으로 우뚝 솟은 기암 봉우리와 소나무, 활엽수도 어우러져 조화미가 매력이다.

■ 황매산의 초입과 황매평전

황매평원이 서부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이국적이다

경남 합천군 황매산 은행나무주차장으로 향해 갔다.
먼저 초입에서 반기는 것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많은 차다. 여기부터 은행나무주차장까지 가는 데 고작 5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렸다. 이 1시간! 기다림의 목마름일까, 기대에 대한 갈증일까. 올라가면서 삐쭉삐쭉 내민 철쭉의 분홍빛 미소가 1시간을 위로한다.
도착지인 해발고도 750여m에 있는 은행나무주차장은 기존 보다 더 넓게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었다. 꼭 등산이 아닌 ‘황매평전’에서 사계의 낭만을 즐기려는 연인, 가족 등이 그만큼 많이 찾아서일 게다.
황매평전은 황매산 남쪽에 펼쳐진 해발고도 800~900여m에 있는 폭 500m, 길이 800m 규모의 고위평탄면이다. 1970년~1990년대 말까지 소를 방목하던 목장으로 사용됐으나, 이후 방치됐다. 2000년대 들어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철쭉과 억새로 해마다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차장에서 황매평전을 오르다 보면 겨우내 버텼던 억새가 강한 힘줄마저 빠져 땅에 눕고 훗날의 영화를 꿈꾸며 파란 새싹을 대신 올려보낸다. 옛 목장 터인 탓에 오르는 동안 그늘막을 할 만 나무는 거의 없다. 있다 한들 아직 싹이 나오지 않아 해가림을 할 수 없다.
억새가 모래 빛으로 보이고, 나무도 없고, 완만한 경사고, 초원 같기도 한 것이 영락없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여기만 보면 ‘이국적’이다.

■ 황매산 전망대

돌출된 봉우리가 황매평전 전 지역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황매산 전망대에서 본 황매평전의 전경이다

점점점 오르면 철쭉의 군락은 시야에서 넓어진다. 산등성에 도착하면 북쪽으로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전에 이곳 황매평원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급경사에 삐쭉 돌출된 봉우리가 그것.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오른쪽의 철쭉은 넓게 펼쳐진 군락지를 이룬 ‘다 함께 차차차’형이고 왼쪽은 옹기종기 군락지를 이룬 ‘각자도생 끼리끼리’형으로 각각 색다른 눈요기를 즐길 수 있다.
황매평전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목장 터로 소가 새싹만 나오면 여지없이 먹어치웠는데 철쭉만은 독성 때문에 먹지 못했다. 언뜻 인공적이기도 이곳의 철쭉은 이런 이유로 기고만장해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놓고 인간을 매료시키며 봄만 되면 분홍빛으로 윙크하면 꼬신다.
이 전망대에서 보면 철쭉도 철쭉이지만 여러 갈래로 나 있는 곡선의 길에서 강한 힘줄 같은 게 느껴진다. 이 힘줄을 걷는 사람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에서 더도 들도 말고 오늘 같은 대한민국이 되라고 외치는 것 같다.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300m 지점에 황매산 정상이 있으나 목적이 철쭉인 만큼 여기서 발길을 돌렸다.

■ 베틀봉과 원점 사이

베틀봉을 지나 내려오는 길의 철쭉 군락지이다. 키가 사람보다 커 이곳에 들어가면 헤매기 일쑤다.
황매산 철쭉축제 제단이다
황매산 철쭉제단이다

다시 내려와 산등성이에 난 길을 따라 베틀봉으로 가서 잠시 쉬어본다. 비록 황매산 전망대보다 낮은 봉우리지만 이곳에서 보는 주위의 전경은 또 다른 풍광으로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여기를 지나 황매산철쭉제단으로 가는 도중의 길은 그야말로 철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분홍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사람 키보다 훌쩍 더 큰 철쭉 사이사이로 난 길을 가다 보면 시야 확보가 안 돼 종종 길을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철쭉의 분홍빛에 취한 것인지, 술 한잔에 취한 것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변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마디로 물아일체(物我一體)다.
황매산철쭉제단에서 행사장을 지나 원점인 주차장으로 왔다. 온 길을 일고하면 황매평전을 벗어난 주위는 연두빛으로 물들어 여름을 몰고 오고 있었다.

황매평전을 벗어나면 이와 같이 전혀 다른 연두빛의 세상이다

가을의 억새는 어떨까.


윤용태 기자 yyt690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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