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짬] 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봄의 끝자락을 연분홍빛으로 노래한다
[삶의 짬] 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봄의 끝자락을 연분홍빛으로 노래한다
  • 윤용태 기자
  • 승인 2019.05.20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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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만든 하늘정원 ‘바래봉’…봄의 끝자락 연분홍빛 버라이어티쇼 감상

지리산 바래봉 철쭉은 소백산 철쭉과 황매산 철쭉과 더불어 전국 3대 철쭉지 중 한 곳으로 군락지의 면적은 100여ha나 된다. 이곳 철쭉의 아름다움은 바래봉 정상을 비롯해 능선을 따라 철쭉이 형성된 게 특징이다. 하늘에 정원을 꾸며놓은 듯한 바래봉 철쭉을 눈에 담고 마음으로 감상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편집자 말  

■ 유래 – 축제
계절의 여왕 중간쯤 되던 5월16일 혼잡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평일을 선택해 전남 남원시에 있는 지리산 바래봉(1165m)을 찾았다.

남원시 운봉 주민들은 산 모양이 마치 ‘삿갓’처럼 생겼다고 해 ‘삿갓봉’이라고 부르고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았다고 해 ‘바리봉’으로 불렀다. 이것이 후에 음이 변해 바래봉으로 불렸다.

바래봉 하면 먼저 떠오른 게 ‘철쭉’이다. 

바래봉 능선 군락지에 있는 만개한 철쭉이다

이에 따라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남원 바래봉 철쭉제를 개최하는 데 올해는 4월25일부터 5월19일까지 진행했다. 축제 기간을 보면 바래봉을 찾은 시기(5월16일)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 이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왜냐하면, 이곳의 철쭉은 4월 하순이면 바래봉 제일 하단에서 개화하기 시작해 차츰 산을 타고 올라가 5월 중순이면 끝이 난다. 이런 과정에서 바래봉 철쭉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제일 마지막 시기로 화려한 버라이어티쇼를 감상할 수 있다.

지리산 바래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지리산허브밸리(용산마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 순간 소음인지, 굉음인지, 음악인지 귀가 얼얼하다. 이곳이 바래봉에 오르는 입구로 축제 기간 주 행사장이다. 여기를 지나 지리산허브밸리 옆을 지나 오르면 지리산자생식물환경공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 공원의 동화 속 미형(美形)을 감상하며 푹 빠지다 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 첫 철쭉군락지 – 입산
이곳을 빠져나와 운지사와 바래봉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까지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아주 넓은 철쭉군락지가 있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하트 모양 조형물이 보이는데 ‘제25회 지리산 운봉바래봉 철쭉제’라고 쓰여 있다. 군락지에는 아직 철쭉이 마지막 힘을 다해 듬성듬성 피어 봄의 끝자락을 보내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보인다.

바래봉을 오르는 길이 재미있다.
섬뜩한 ‘곰출현주의’ 현수막, ‘바래봉 생태계의 위협요인, “돼지풀” 제거에 동참해주세요!’라는 알림판, ‘당신의 심장을 지켜줍니다. 보폭은 짧게, 속도는 느리게’라는 현수막 등이 설치돼 있다. 또 길바닥은 콘크리트, 비포장, 돌 보도블록, 보도블록, 매트 등이 구간마다 변화를 줘 지루함을 극복하고자 했다.

계속 오르면 바래봉과 철쭉군락지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바래봉 방향으로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 약수가 쉴 새 없이 나오는 샘터가 있는데 많은 등산객이 이 물을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박가지에 가득 담아 입안에 털어 들이키니 올라오면서 열 받은 몸이 금세 시원해지며 땅까지 차가워진다. 약수의 힘을 받아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좀 가다 보면 좌우로 아름드리 낙엽송과 주목 등의 침엽수가 잘 조성돼 있다. 초록의 빛이 더욱 짙어가는 이 나무 밑에서 많은 사람이 산림욕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바래봉 정상

바래봉 정상에 1165m라고 쓰여 있는 표지석이다
낙엽송과 주목 숲 사이로 바래봉 정상이 보인다
바래봉 정상부에 초록빛 사이로 연분홍 철쭉이 올망졸망 군데군데 자리한 모습이 하늘 아래 정원을 꾸며놓은 듯하다
바래봉에서 본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무 사이로 바래봉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온다.
초원의 구릉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연분홍빛을 드러낸 철쭉이 마치 인공적으로 가꾸어 놓은 듯 아름다운 경치가 금방이라도 화폭에 담겨 재탄생할 것 같다.
사실 이곳을 아름답게 가꾼 것은 양들이다. 앞서 갔다 왔던 [삶의 짬] 황매산의 경우 소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경우다.
양들은 다른 식물은 먹어치웠지만, 철쭉만은 독성 때문에 안 먹었다. 그래서인가. 이맘때면 바래봉 근처는 초록 물결의 언덕 위에 서로 간 불규칙한 거리를 두고 삼삼오오 모여 연분홍 꽃을 피운 철쭉의 모습이 마치 양들이 연분홍 털로 갈아입고 풀을 뜯는 환상에 젖어 든다. 양들의 화신이 이곳 철쭉에 스며 환생한 것인가.
양들이 만든 이 ‘하늘정원’은 초록의 얼굴에 연분홍 미소로 탐방객을 유혹하는 자태가 고혹적이다. 탐방객도 이런 유혹을 뿌리치지 않고 고혹의 맛에 실컷 만취한다.
바래봉 정상에 올라와 남서쪽 능선을 따라 보면 봉우리에 아주 넓고 짙은 연분홍색이 펼쳐져 있어 이색적이다. 이곳을 하산해 갈 곳인 ‘철쭉군락지’다. 또한 정상에서 보면 동쪽 천왕봉에서 서쪽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 능선이 웅장하게 너울지고 굽이치는 모습이 들어오는데 지리산이라는 이름값이 이를 대변한다.

■ 산 능선 철쭉군락지 - 하산

능선의 연분홍 철쭉군락지가 꽃동산을 이룬 듯하다
철쭉군락지로 진입하는 길목이다
철쭉군락지를 이룬 꽃동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이다

다시 내려와 삼거리에서 철쭉군락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듬성듬성 크고 작은 철쭉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그러다가 바래봉 정상에서 보았던 초대형 철쭉군락지에 다다르면 탐방객은 일제히 “와~”를 외친다. 봉우리 전체가 철쭉으로 뒤덮여 있는 장관에 감탄사를 자아낸 것. 왔던 길 돌아보니 저 멀리 바래봉 정상이 보인다. 바래봉 정상 부근의 철쭉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바래봉 인근 철쭉은 올망졸망 군데군데 퍼져 있다면 이곳의 철쭉은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쫙 퍼져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 널따란 철쭉군락지에서 한참 휴식을 취하니 세상 시름 다 잊힌 듯한 느낌이다. 철쭉과의 교감이 너무 길어지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유혹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면서 산 밑 운봉읍과 넓은 농지가 들어온다. 두인촌마(豆人寸馬)라는 말이 생각난다. 콩같이 작게 보이는 사람과 한치로 보이는 말이라는 뜻으로 먼 곳의 사람이나 말 등이 작게 보인다는 뜻이다. 높은 곳에 있으면 마음이 넓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이곳의 철쭉도 그동안 넓은 초록빛 속에 나 홀로 잘난 체하며 연분홍빛을 발산했으니 그 자랑과 오만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을 것. 화려한 연분홍 버라이어티쇼를 마치고 다른 것과 같은 초록빛으로 변한다는 명제에서 우리 인간사에 던지는 자연의 철학이 느껴진다.

차를 타기 전 일고해 바래봉을 바라보니 초록빛만 보인다.

 

윤용태 기자 yyt690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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