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산책길] 소독차
[시와 함께 하는 산책길] 소독차
  • 충청이슈
  • 승인 2019.09.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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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연기 내뿜던 삼륜차 석유냄새도 좋아던 시절

소독차 오는 날은 그야말로 신나는 날

동구밖 허연 연기 피어 오르면

판자집에 비새던 까만 스레트 집들의 가난이 어느새 사라지곤 했다

 

늘 그렇듯 아이들은 소독차 뒤를 달리고 달린다

저 소독차는 더 이상 여름 모기며 날벌레 잡는 여름날의 쾌쾌한 방역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한낱 여름날 재밌는 놀이마저 아니었다

 

그 하얀 신세계 속에서

무서운 아버지 얼굴도 사라지고

불쌍한 엄마 시름도 오 간데없고

까만 보리밥 먹던 배고픈 유년의 기억도 사라지던 환상인 것이다

아이들도 번데기에서 알을 깨고 드디어 나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소독차 동구밖 사라질 때까지 아이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소독차 지나간 그 날 저녁은

하늘에 여름날의 노을이 무지개인 양 걸리곤 했었다

소독차 떠나간 그 날 밤은

새까만 아이들도 가난한 그 마을도

영락없이 뭉실뭉실 하얀 구름 꿈을 꾸곤 했었다

 

그렇게 소독차가 몇 해 지나간 후에 아이들은 훌쩍 키가 자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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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영호(프로필)

시인·수필가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2009년 크리스찬문학 수필 등단

영동극동방송 "시가있는 아침" 3년 방송

저서 "시가있는 아침" 비전사 2013 출판

현) 부여 장벌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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